다윗이 블레셋 왕 아기스에게 망명하다
사울의 손에 언젠가 잡혀 죽으리라는 두려움에 지친 다윗은 마침내 결심한다. "차라리 블레셋 사람의 땅으로 도망하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면 사울이 이스라엘 온 지경에서 나를 다시는 찾지 아니하리니 내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리라." 그는 육백 명의 사람들과 두 아내를 데리고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나아가고, 아기스는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그를 받아들인다.
다윗은 아기스에게 청해 왕의 성읍 가까이가 아니라 변방의 시글락을 거처로 얻고, 그곳을 근거지 삼아 그술 사람과 기르스 사람과 아말렉 사람들을 쳐서 노략물을 거둔다. 그는 이 습격의 실상이 아기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사람도 짐승도 남기지 않고 진멸하면서도, 아기스에게는 마치 유다 남쪽을 쳤다고 둘러댄다. 아기스는 이를 곧이 믿고 "다윗이 자기 백성 이스라엘에게 심히 미움을 받게 되었으니 그가 영영 내 종이 되리라" 여기며 그를 더욱 신뢰한다.
이후 블레셋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준비하며 군대를 모을 때, 아기스는 다윗과 그의 사람들도 함께 나가 싸우기를 원해 그를 자기 호위대로 삼으려 한다. 다윗이 겉으로는 순순히 따르는 척하자, 다른 블레셋 지휘관들이 크게 반발한다. "이 히브리 사람을 돌려보내소서. 그가 전장에서 우리에게 대적이 될까 하나이다. 그가 무엇으로 그 주인과 화친하리이까. 우리 사람들의 머리로 하지 아니하겠나이까." 아기스는 마지못해 다윗에게 사정을 전하며 조용히 돌아가라 이르고, 다윗은 그 자리를 벗어나 시글락으로 향한다.
이렇게 다윗은 동족과 맞서 싸워야 하는 위기를 피하면서도, 블레셋 진영 안에서 여전히 신뢰받는 처지를 유지한다. 십육 개월에 이르는 이 블레셋 망명 기간은 사울의 손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았지만, 다윗은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요약
- 사울의 추격에 지친 다윗이 가드 왕 아기스에게 망명함
- 시글락을 근거지 삼아 주변 민족들을 습격하며 아기스에게는 실상을 속임
- 아기스가 다윗을 신뢰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자기 호위대로 데려가려 함
- 다른 블레셋 지휘관들의 반발로 다윗이 전쟁 참여에서 제외됨
- 다윗이 위기를 피해 시글락으로 돌아가며 블레셋의 신뢰를 유지함